잘 노는 네가 챔피언 [칼럼]난좀일기

난좀일기
-세상이 '예!'할 때 '난 좀...아닌 것 같은데' 우물쭈물 말 꺼내는 난좀이의 글


잘 노는 네가 챔피언




퇴근시간 몇분을 앞두고 왜 엄청난 일을 시키는건지.

입사 이래 처음으로 야근을 했다. 야근이라고 하기엔, 일곱시도 안되었지만.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는 대학도서관에도 함정은 있었던 것이다. 어르신들의 실수건 뭐건간에, 어쨌든 내 일었다. 마무리도 안하고 간 애로 보이기 싫어서, 눈에 불을 켜고 빛의 속도로 일을 마무리했다. 서류상 절차는 다 끝났고 단순노동이 안되어있었다. 원래 다른 스탭들과 인턴들 시키는 일이지만. 단순노동인 포장을 하면서 솔직히 공부 조금 한 꼰대마냥,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하는지 억울한 생각도 잠깐 들었고,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단순노동의 매력에 잠깐 홀리기도했다. 퇴근하면서 다른 선생님께 농담으로 뒤늦게 적성과 특기를 발견한 시간이었다고 했지만, 반에 반쯤은 진담이었달까.

어쨌든 이 죽일놈의 자존심. 항상 이게 문제다. 나의 금과 옥같은 퇴근을 막는 것, 좋은데 좋다고 말 못하게하는 것, 그래서 미련하게 뒷북을 오고무 수준으로 치게 하는것, 일신이 편해지는 아쉬운 소리와 아부를 못하게 하는 것. 다 자존심이 시키는 것이다. 이제 한 번 퇴근이 늦어졌으니, 두번, 세번, 계속 늦어질 수도 있겠지. 좋은 일이든, 나쁜 짓이든 원래 처음이 어렵지, 그 다음은 일도 아니다. 계약직이건, 정규직이건 신입직원이라면 열심히 일하는 게 욕도 아니고, 딱히 칭찬받을만큼 대단한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존심까지 운운하며 파르르하냐고 물으신다면, 바로 그 포인트가 대함정이란 걸 이야기하고 싶다. 무책임해보이지않기 위해서, 프로다워보이기 위해서 점점 회사가 시키는대로, 세상이 시키는대로 살아가게 된다.

하지만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, 파이가 커진다해도 몫은 항상 같은 세상이다.
파이를 크게 해서 더 큰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면, 그것도 부끄러워해야하는 세상이다. 그래서 너무 말 잘듣는 어른으로 살기 싫었다. 앞으로도. 남들 앞에 나서서 얼굴이 조금만 덜 빨개진다면, 말을 좀 더 잘한다면, 아무리 못난 세상이지만 그 앞에 정면으로 나설 수 있는 용기와 끈기가 있었다면 좀 다르게 살겠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다. 그래서 나름의 세상에 맞서는 방법은, 자꾸만 열심히 살라고만 다그치는 세상이 시키는 반대로 살아갈까한다. 놀수있는 한, 최대한 놀아볼까한다. 보편적인, 상식적인 수준에서 동의할 수 있는 열심은 다하겠지만, '프로의식'이니 그런 말에 휘둘리며 낮과 밤을 쓰진 않겠다는 말이다. 입사 2주쯤 되었을 때, 퇴근시간보다 한 십분 늦게 나가는 나를 보고 사수는 '웬일로 땡!퇴근을 안하네'라고 놀렸지만 너무 달콤해서 말이 말같지 않아, 내귀엔 캔디, 아니 칭찬이나 다름없었다. 앞으로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웬만해선 칼퇴근의 아이콘으로 다시 살아가야겠다.  절대 휘둘리지말고 정말 잘 놀멍 쉬멍 살아야겠다. 세상이 아무리 멍멍 짖어대더라도.
이렇게 놀다보면, 세상이 바뀔지도 모른다. 좀 놀아도 되는 세상으로.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사람답기를 포기하지않아도 되는 세상으로. 안 바뀐다면? 그래도 한 세상 잘 놀다가면 됐다. 이 생은 소풍이다. 아주 진득허게 잘 놀아서 이 세상끝내는 날, "잘~놀았다"고, 그래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.

:)

by 난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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덧글

  • ㅋㅋㅋ 2011/02/24 14:00 # 삭제 답글

    태그에 옥택연이 웬말이냐!
  • ㅋㅋㅋ 2011/02/24 14:01 # 삭제

    완전빵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옥택연 보고 읭?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태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  • 난좀 2011/02/25 10:34 # 삭제

    내 맴이여ㅎㅎ정말 직장에 그런 분있으면, 야근이 아니라 숙직이라도 할텐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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